꽃비빔밥 ...... 최봄샘
냉이꽃, 꽃다지, 민들레꽃, 펜지꽃, 패랭이꽃, 유채꽃, 진달래꽃,
복숭아꽃, 살구꽃, 장미꽃, 호박꽃, 칡꽃, 매화, 금잔화, 한련화, 찔레꽃, 금어초꽃, 제라늄꽃,
베고니아꽃, 아카시아꽃, 느티나무 밑 평상에 올망졸망 둘러앉은 동네 할머니들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개똥이네 며느리가 새끼를 낳았단다
돼지네 둘째 손녀가 대학 장학금을 받았단다
깍쟁이네 부부가 효도관광 댕겨왔단다
지나가던 봄바람이 시샘하듯 치맛자락을 걷어 올린다
고슬고슬 뜸들인 보리밥 양푼 가득 담아
까르르 햇살 한 줌 꽃잎 몇 송이 따 넣고
고명으로 웃음소리 척척 얹어
고소한 며느리 흉 세 스푼 즐거운 세월, 철없는 한숨, 알맞게 떠 넣고 고르게 섞는다
속곳 주머니에 숨겨두었던 눈물 몇 방울마저 털어 넣고 썩썩 비벼 나눠먹는다
지나가던 우체부 아저씨도, 꼬리치며 다가온 누렁이도 한 술씩 거들고 나선다
그 옛날, 착한 용이 내려와 십리나 되는 밭을 갈아줬다는
용답마을 꽃밥 비비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새들도 저 흥겨운 잔치에 뛰어들고 싶은지 나무 위에서 부리를 얹는다
꽃멀미가 어지럽기 조차 한 봄날이다.
마을 평상에 동네 할머니들 나와 앉아 봄볕 아래 이야기꽃이 만발한다.
마치 참기름 내음 고소한 꽃비빔밥 양푼에 둘러 앉아 봄맞이 하는 듯 하다.
그리운 꽃편지 .....김용택
바람 부는 날은 저물어 강변에 갔습니다.
바람 없는 날도 저물어 강변에 갔습니다.
바람 부는 날은 풀잎처럼 길게 쓰러져 북쪽으로 전부 울고,
바람 없는 날은 풀잎처럼 길게 서서 북쪽으로 전부 울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들 사이에 강물은 얼마나 흘러가고
꽃잎은 얼마나 졌는지요.
오늘은 강에 가지 않고 마루에 서서
코피처럼 떨어진 붉은 꽃잎을 실어가는 강물을 보며
그대 있는 북쪽으로 전부 웁니다.
전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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