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 연밥 하얀 속에......안도현
그대
연꽃이 피는 것을 보았는가
한송이 물위로 떠 오르며
둥,
또한 송이 물위로 떠오르며
둥둥,
연꽃이 피는 소리 들어보았는가
그대 그때 두 귀를 열고 있었는가
이 세상이 아파서
이 세상의 모든 상처 위에
상처의 쓰라림 위에 쓰라림의 기쁨위에
연꽃은 핀다네
뿌리를 뻗어 진흙땅을 다 껴 안은 뒤에
꽃으로 하늘을 떠 받들어 올리는꽃
그리하여 그 향기로
아픈 세상의 마음을 어루만지는꽃
저혼자 피는 꽃이 아니라네
여럿이 손잡고 한꺼번에 피는 꽃이
연꽃이라네
그대
연꽃이 두둥둥둥 피었다고
꽃만 보며 한나절 보내지는 않을테지
외로운 우주의 중심으로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안간힘 속에
맨처음 땅에 떨어진 연밥 한 알 속에
이미 피어 있는 연꽃도 보고 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