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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황금들녘과 가을 시 몇 편

by 찔레꽃* 2020. 10. 7.

 

 

 

새벽 3시에 자명종소리에  눈을 떴다.

겨우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를하고,,,

장거리 출사을 몇 군데갔다.

 

2020년 10월4일(일요일) 촬영

 

 

 

 

 

의령 다랭이 논들,,, 올해 벼는 황금들판으로 쓰러진것도 없고 풍년이었다.

 

 

 

 

 

 

벼,,,,,, 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이용악


우리 집도 아니고
일가 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갈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를 가리켰다.

때늦은 의원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길,,,,,, 김소월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짐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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