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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찔레꽃

 

 

 

 
 
찔레꽃.......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석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네
징소리 한번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얬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출생: 1959년 8월 5일
(충청북도 보은)
학력: 경북대 독어독문학 학사
데뷔: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등단
수상: 2008년 제13회 미당문학상
2000년제13회 동서문학상
2000년 김수영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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